활발한 마음/The Palce

겨울에도 카페 여름에 간다

Mealda 2014. 12. 18. 23:03

 

 

 

 

 

 

 

 

 

 

 

 

 

 

우리동네에는 카페가 하나 있다.

요새 카페 없는 동네가 어딨어

라는 응답이 바로 나올 문장이지만

우리 동네는 카페 거리로 북적이고 있는 연희동

 

그러나 알고보면 연희동은 하염없이 넓어

실은 내가 사는 곳은 무늬만 연희동이다.

그러니까 연희동 메인스트릿에서 고개를 하나 넘어 천변 근처인 무늬만 연희동은 아직은

개발이 되지 않은 집들이 넘쳐나

오래전 풍경을 담고 있다.

놀러온 사람들은 서울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동네다.

 

이 천변에 작년 겨울 카페 한 곳이 문을 열었다.

어떤 곳은 너무 아까워 알려주지도 않고 나 혼자만 알고 있고 싶은데

(북적이게 되면 무언가 옛 정취가 사라져간다고나 할까

주인 입장은 고려치도 않고

나 혼자 옛 정취 이러고 있는 것일 테지만...

때로 예전 클럽에스프레소의 빗소리 들리던 바깥 자리가 그리워지듯

맛있는 커피와 한적함을 품고 있는 카페는 가끔 펼쳐보는 일기장처럼

혼자만 알고 있고 싶기도 하다.)

바로 연희동의 카페 여름이 그런 곳이다.

예전 성균관대 근처 새바람이 오는 그늘처럼

나 혼자 가서 가만히 앉아있으면

조그만 그 공간 안에서 편안이 밀려오는 곳

 

작년 겨울 이곳이 문을 열고 며칠 되지 않은 날 찾아갔던 첫 날도 기억하고 있다.

마치 좋아하는 남자를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하듯  

그날 친구와 나는 친구 T에게 보내줄 꽃다발을 사 안산에 두고 오기로 했고

회식이 끝나고 꾸역꾸역 꽃다발을 사서 밤 9시 넘은 추위의 겨울에

친구와 여기서 만났었다.

여기에 드디어 카페가 생겼다며 반가워하던 기억이며 여러 기억들이 묻어난다.

 

처음에는 모카포트로만 커피를 내렸으나 지금은 머신을 쓰고 있는 이곳은

매일 시를 한 편씩 칠판에 적어두고

매일 음악에 대한 언어를 조그맣게 읊조리고 있다.

 

    

 

 

 

결국 인연은 취향의 문제라면

이곳은 나의 취향에 그대로 잇닿아 있기에 아끼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책장에는 다양한 책과 그림책, 만화책이 꽂혀있어

카페 운영하시는 분들의 직업을 짐작할 수 있는...

매일 가서 그림책을 한 권씩 보다 책장에 있는 그림책을 다 보고는 기뻐했던 기억도 다소곳이 내 안에 있다...

회사 생활에 지쳐있던 때는 여기서 하염없이

포스터를 보며 앉아있곤 했다.

포스터에 써진 글귀는 "타협을 해두어 안심이 되고 타협을 해두어 고독하다"는 문장

그 문장을 매일 보던 내게

카페 언니가 포스터는 예전에 직접 만들었던 것이라며 선물로 주시기도

 했다.

카페 여름은

추석에는 포스트잇을 내밀며 추석 선물이라고 하던

정이 넘치는 나만의 잇플레이스인 셈이다.

 

 

 

 

 

 

 

어떤 날은 카푸치노를 마시면 마음속까지 뽀얘지는 것 같던

운영하시는 분들이 선해서 음식도 선한 곳

내부에 테이블이 3개인 아주 작은 카페

오늘도 여기 들러 커피를 마시며 마음을 녹이고 왔다.

 

 

 

 

 

 

카페 여름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로 198

070-4107-9510

11:00~21:00 (토요일 휴무)

커피 3천원부터~

http://facebook.com/cafeye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