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뀌아데스의 창고/사이
박소란, 설탕
Mealda
2018. 6. 3. 15:15
설탕
커피 두 스푼 설탕 세 스푼 당신은
다정한 사람입니까 오 어쩌면
테이블 아래
새하얀 설탕을 입에 문 개미들이 총총총
기쁨에 찬 얼굴로 지나갑니다 개미는
다정한 친구입니까 애인입니까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
달콤한 입술로 내가 가본 적 없는
먼 곳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 당신을 위해
오늘도 나는 단 것을 주문하고 마치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처럼
웃고 재잘대고 도무지 맛을 알 수 없는
불안이 통째로 쏟아진 커피를 마시며
단 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당신은 다정한 사람입니까 다정을 흉내 내는 말투로
한번쯤 묻고도 싶었는데
언제나처럼 입안 가득 설탕만을 털어넣습니다
그런 내게 손을 내미는 당신
당신은 다정한 사람입니까 오 제발 다정한
당신의 두 발, 무심코
어느 가녀린 생을 우지끈 스쳐가고
-박소란, 심장에 가까운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