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뀌아데스의 창고/사이

봄 저녁, 장석남

Mealda 2010. 10. 13. 03:07
 

저녁

 

 

 

모과나무에 깃들이는 저녁

 

저녁에 나는 이마를 떨어뜨리며 섰는

목련나무에 깃들여보기도 하고

 

시냇물의 () 삭히고 있는

여울목을

가슴에 만들어보기도 하다가

이도저도 힘에 부치는

저녁에는

 

사다리를 만들어

모과나무에 올라가

마지막 햇빛에 깃들여

이렇게, 이렇게

저물어서

사다리만 사다리로 남겼으면

 

저녁




-장석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