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뀌아데스의 창고/사이
이병률, 전부
Mealda
2014. 8. 7. 02:06
전부
이 기차는 어디로 향하는
기차입니까, 라고 묻고 싶은데
이 나라 말을 알지 못합니다
이 기차가
어질어질한 속도로 당신을 데려가
어디에 내려놓을지를 알고 싶은데
물음은 물컹 내 귀에 도로 닿습니다
당신의 시간의 옆모습을 바라봐도 되겠다고
믿고 싶어서
발목은 춥지 않습니다
지도 위에 손가락을 올려 묻고도 싶은 겁니다
우리가 아프게 통과하고 있는 지금은 어디입니까
우리의 막다른 증거는 쟁쟁합니까
안녕, 이라는 이 나라 말만 알아서
그 말이 전부이기도 하여서
멀거니 내 아래에다 인사만 합니다
기차 밖으로 번지는 유냔한 어둠이
마음에 닿으려 합니다
큰일입니다
소홀한 마음이 자꾸 닿으려 합니다
-이병률, <눈사람 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