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뀌아데스의 창고/사이

이병률, 비정한 산책

Mealda 2014. 9. 5. 02:52

 

비정한 산책

 

 

 

 

남산을 지날 때면 () 보고 싶어진다

흘린 세월이 번뿐이라고 생각했는지 알고 싶어진다

꼬리가 있었는지 뿌리를 가졌는지

 

남산에서는 오래전을 탈탈 털어 뒤집어쓰고 끊어진 혈을 여미고 싶다

이빨이 몇이었는지 불에 탔는지

모가지는 하나였는지 화석은 만했는지

속절없는 기미들을 가져다 멋대로 차려놓고 싶다

 

간절히 점을 보고 싶다

삭제된 것들의 입장들

우물쭈물하는 옛날들

세우 것들의 밤낮들

끝이 언제인지 모르면서

나에게 해주지 못한 안색들

결국은 이것들로 목숨 칸의 물기를 마르게 있는지를

 

조심하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으며

해결될 거라는 말도 아닌

어서 끝내라는 말만 듣고 싶다

 

풍부한 공기에 대담히 말을 풀어놓고 싶다

나무에서는 소금 맛이 나는지

맛에 사람 맛이 들어 있는지를 알고 싶다

 

나에게 이토록 박힌 것이

파편인지 비수인지

심장에서 내몬 사람이 하나뿐인지

 

사람을 갖겠다 해놓고는 가졌으면서

훗날 다른 생에서도 사람을 갖고 싶은지까지도

 

 

 

 

-이병률, <눈사람 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