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뀌아데스의 창고/사이

이병률, 사람의 정처

Mealda 2014. 8. 10. 20:30

사람의 정처






물가에 떠내려온 것이 있었다

축축하고 검엇으며

추워 보였고

사람이었다


어깨에 돌화살촉이 박힌 자국이 그대로여서

흔들어보았으나

그대로였다


내 손에 살점이 묻어나는 듯했다

눈가는 필사적으로 보이지 않았으며

부패 상태는 이상적이었다


신(神)은 어제부터 화가 난 듯 무엇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시신을 돌 위에 누이고 한참

시월이었다


사랑이 왔다

탁하게 물이 흘렀다


사랑이 왔으니

사랑을 쓰란다

사랑을 쓰라는데

나는 내 다리가 가렵다


사랑을 하여서 나는 다리를 잘렸다

나를 사랑을 하여서 당신은 돌화살을 맞았다


사랑을 쓰잔다

사랑은 감히 영원이 아니라고

저리 오래 썩지 않는 것이 아니라고 적어야겠으나


멀리서부터 풀리지 않는 증거들이 떠내려왔다

사랑이 돌아서 흘러서 왔다









-이병률, <눈사람 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