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뀌아데스의 창고/사이

허수경, 한 그루와 자전거

Mealda 2014. 12. 5. 14:11

 

그루와 자전거

 

 

 

나무는 한번도 멈추지 않았네

자전거도 멈추지 않았네

 

사람들의 마을은 멈춰진 나무로 집을 짓고

집속에서 잎새와 같은 식구들이 걸어나오네

 

멈추지 않는 자전거의 동심원들은 자주 일그러지며

위에 쌓여갔네 나무의 거름 같은

동심원들 안에서 사람의 마을은 천천히 돌아가네

 

차륜의 부채살에 그루의 그림자를 끼워넣으며

자전거는 중얼거리네

 

멈춘 나무 사이에서 멈추지 않는 자전거가 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그루와 자전거가 똑같이 멈추는 얼마나 어려운가

천천히 멈추면서 그루가 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허수경, <혼자 가는 먼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