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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

Mealda 2011. 2. 16. 01:36
자고 일어나자 대구였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잠깐 거기 내리고 싶었다. 눈이 맞고 싶었는지 도망치고 싶었던 건지는 모르겠다. 기차를 타고 가며 어디쯤에서 눈이 그치나 보았다. 눈발이 계속 날렸다.
구포역에 내렸다. 눈이 퍼부었다. 행인들은 사진을 찍었다. 나가지 못하고 처마 밑에 서있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나와 걸었다. 지원이 말대로 왼편으로. 한없이 눈이 퍼부었다. 나는 잠깐 러브레터를 생각했다. 오겡끼데스까라고 읊조렸던가. 그가 준 선물이라는 것은 식장에 도착해 알았다. 눈이 예뻤다. 
윤미를 데려다 주러 나온 오늘도 마찬가지로 나뭇가지에서 눈이 떨어졌다. 다경아 그만 울어 라고 장난을 치듯. 
몇 번이나 인사했는지 모른다. 인사 좀 그만 해라. 그가 말하는 것 같았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아름답다는 것을 그는 알려줬다. 
아름다운 것이 오래 머물지 않음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그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진 많은 이들, 
나는 그에 대해 말할 게 많았는데 그게 내게 얼마나 행운인지 알았다. 
그가 좋아하던 사촌 형님이 내게 태구는 재밌게 살았습디까 라고 물었을 때 
그가 왜 사촌 형님을 좋아하는지 알았다. 
몸안에 수분을 다 빼내 버려 더는 빼낼 수분도 없다. 
어떤 이야기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 마음들은 고이 접어 내버려둬야 할 것이다. 
그가 좋아하던 많은 것들에 대해 대신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그의 모든 결정을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으므로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가끔, 가끔 그립겠지.
니 이름이 이제 멀어지는 일이 
아직 거리감을 재기도 어려운데 점점 멀어지게 되면 
그게 무섭겠지. 
어떤 밤들, 낮들, 공간들, 벤치들에 묻어있는 너를 
나는 자주 떠올리겠지.
니가 나 만나고 싶어했다는 말 듣고 
잘 못 해줘서 걱정했다는 말 듣고 
이제 괜찮다고 가끔 이야기나 해줘. 
아직 보고 싶지만 
사람들이 내 걱정 많이 해. 
나 그래도 사랑 받고 있으니까 걱정 말고 
거기서 잘 지내고 
행복해야 하고
재밌어야 하고
즐거워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