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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뀌아데스의 창고/사이

눈치의 온도

눈치의 온도



서로 좋아하는 저이들 사이에는 

눈알 속에 소금기가 끼어 있는가 보다

그래서 저리도 저릿지릿하다는 듯 뛰고 있나 보다


서로서로 좋아하는 저네들 사이에는

풀 같은 것이 자라고 있어

그래서 저토록 터지도록 부비며 깎고 있나 보다


어질고 착하게 꽃들을 쓰다듬고

앙큼하게 뒷산도 오르며

저리도 좋아라 어깨 부딪히며 

조금씩 조금씩 산을 훑어내리나 보다


그리하여 모든 이야기를 0에서 시작하고

사랑의 모든 시제는 미지의 것을 사용하나 보다


손으로 자신을 핥아서 스스로를 당부하고

그 손을 뻗어 여름 잎이 돋게 하는 그것은

애쓰는 일이 아니라

불빛이 닿아서 되는 일


사람이 사람을 저리도 좋아하는 것은

오장육부의 빈 골을 채우는 일 같다

손으로 닿아서 통하는 것도 아닌

연기와 연기가 서로 하는 일


혼자서는 헐렁해서

자꾸 미끄러지는 비탈

도저히 그 막막을 어쩌지 못해

흐릿흐릿 구겨진 그것을 자꾸 펴려고 하나 보다



-이병률

<눈사람 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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