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병률, 천사의 얼룩 옆에서 심하게 울고 있는 사내가 있다 살아야 하겠는 것 누구나 울 수 있는 면허를 가지고 있는 병실 바깥의 어둠이 저희들끼리 하도 몸을 감아서 어제인가는 옆 침대에 누운 나도 잠시 울었다 어느 병실이나 어찌할 수 없는 것처럼 깊은 밤 한 존재가 운다 오늘 그가 심장의 무게를 많이 덜어냈으니 누군가 조용히 하라 해도 소용이 없겠다 퇴원하고 찾은 바닷가 한 노인이 앉아 한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주와 북어 한 마리 놓고 한 노인이 눈발 속에 눈물 속에 굳어 있었다 얼룩도 아니고 고단한 것도 아니며 딱딱하여 불안한 것도 아닌 왜 눈물들은 모든 것의 염분인지 새들은 알까 눈을 밟고 지나가면 자신들의 자국이 남는다는 사실을 눈 내리는 바다에 새 두 마리 어울려 춤을 추다 간 듯 보이는 발자국 어지러이 찍혀 .. 더보기 이병률, 그자 그자 난 삶은 달걀 흰자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어느 포장마차에서 달걀을 까는 나에게 그가 말했다 그건 힘으로 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달걀 흰자에 증오를 싣고 나머지 모든 것을 다 실어요 그 사람이 죽을 수 있을 정도로 그러면 그 사람은 죽는 거예요 못이나 칼 같은 어떤 날카로운 거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내가 말했다 부드러움으로 사람을 기절시킬 수 있어요 정반대의 것으로 사람을 정반대할 수 있다고요 노른자를 먹다 죽은 사람도 있다는데 흰자라고 사람을 살리지 못할까, 나는 생각을 삼켰다 쩡하니 달이 빛나는 골목길에 쪼그려 앉아 중얼거린다 아, 무엇으로든 무엇을 할 수 있다니 그자는 나를 태어나게 할 수도 있겠군 오늘 이 밤 비린내 나는 영혼을 만났으되 큰 날카로움을 피했다 한 치도 부서질 염려 없이 고.. 더보기 이병률, 사람 사람을 짜서 기름이 나오면 어디에 쓸까 그 기름 짜서 하늘이 나오면 어느 강을 흐르게 할까 -이병률, 더보기 이병률, 비정한 산책 비정한 산책 남산을 지날 때면 점(占)이 보고 싶어진다 왜 흘린 세월이 한 번뿐이라고 생각했는지 알고 싶어진다 꼬리가 있었는지 뿌리를 가졌는지 남산에서는 오래전을 탈탈 털어 뒤집어쓰고 끊어진 혈을 여미고 싶다 이빨이 몇이었는지 불에 잘 탔는지 모가지는 하나였는지 화석은 될 만했는지 속절없는 기미들을 가져다 멋대로 차려놓고 싶다 간절히 점을 보고 싶다 삭제된 것들의 입장들 우물쭈물하는 옛날들 세우 안 한 것들의 밤낮들 끝이 언제인지 모르면서 나에게 잘 해주지 못한 안색들 결국은 이것들로 목숨 한 칸의 물기를 마르게 할 수 있는지를 조심하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으며 곧 해결될 거라는 말도 아닌 어서 끝내라는 말만 듣고 싶다 풍부한 공기에 대담히 말을 풀어놓고 싶다 이 숲 나무에서는 소금 맛이 나는지 그 맛에.. 더보기 이병률, 고름 고름 나를 깎아서 바늘을 만들어야지 바늘을 발바닥에 꽂고 걸어서 가야지 누구나 문을 만들고 누구나 그 문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걸음을 디딜 때마다 생각에서 피가 날 것이고 그 생각의 끝은 더 날카롭고 뾰족한 것이 되어 내 머리를 찌를 것이라 찌른 바늘은 한 부위에 깊숙이 구멍을 파고 들어가 혈관을 따라 나를 훑을 것이니 바늘이 되어야지 피할 수 없는 것 앞에서 누구나 눈을 질끈 감듯 행여 다정을 바라지는 않으리라 다정과 한몸이 되더라도 단 한 번 삐끗하면 삐끗한 마음에 찔릴 것이라 내 바늘로 나를 꽂으리라 그러지 않으면 단 한 번 스치기만 한 그 사람의 붉고 뾰족한 것에 긁히고 휩쓸려 사정없이 곪을 테니 -이병률, 더보기 이병률, 시의 지도 시의 지도 당신은 시를 모른다고 했다나는 괜찮다며 알아야 할 건 시 하나가 아니라 했다시대의 문제가 아니라 계절의 문제시인의 문제가 아니라 바람과 나무의 문제로나는 넘기려 했다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당신이 저만치 앞서 걷고 있었다전화기를 들고 누군가와 내 이야기를 하는 듯하더니이내 나를 험담하고 있었다이것은 세상의 양면이 아니라 세상의 둥근 면간밤에 시를 석 줄 쓰고 잤다가 아침에 시 넉 줄 지우고 외출하는 일과도 맞먹는일이라며 넘기려 했다 당신보다 십 분쯤 늦게 도착하려고 멈춘 공원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뜨겁게 토하고그도 모자라 손톱 발톱을 깎는 어린 운동선수들이나무 밑에 모여 앉아 있는 저녁 공원저 청춘의 미래에는 무슨 일이 생기나 시를 모른다 하더니 나조차 모르는 당신을 앞에 두고많은 막걸리를 마시었.. 더보기 이병률, 사람의 정처 사람의 정처 물가에 떠내려온 것이 있었다축축하고 검엇으며추워 보였고사람이었다 어깨에 돌화살촉이 박힌 자국이 그대로여서흔들어보았으나그대로였다 내 손에 살점이 묻어나는 듯했다눈가는 필사적으로 보이지 않았으며부패 상태는 이상적이었다 신(神)은 어제부터 화가 난 듯 무엇에도 대답하지 않았다시신을 돌 위에 누이고 한참시월이었다 사랑이 왔다탁하게 물이 흘렀다 사랑이 왔으니사랑을 쓰란다사랑을 쓰라는데나는 내 다리가 가렵다 사랑을 하여서 나는 다리를 잘렸다나를 사랑을 하여서 당신은 돌화살을 맞았다 사랑을 쓰잔다사랑은 감히 영원이 아니라고저리 오래 썩지 않는 것이 아니라고 적어야겠으나 멀리서부터 풀리지 않는 증거들이 떠내려왔다사랑이 돌아서 흘러서 왔다 -이병률, 더보기 이병률, 전부 전부 이 기차는 어디로 향하는 기차입니까, 라고 묻고 싶은데 이 나라 말을 알지 못합니다 이 기차가 어질어질한 속도로 당신을 데려가 어디에 내려놓을지를 알고 싶은데 물음은 물컹 내 귀에 도로 닿습니다 당신의 시간의 옆모습을 바라봐도 되겠다고 믿고 싶어서 발목은 춥지 않습니다 지도 위에 손가락을 올려 묻고도 싶은 겁니다 우리가 아프게 통과하고 있는 지금은 어디입니까 우리의 막다른 증거는 쟁쟁합니까 안녕, 이라는 이 나라 말만 알아서 그 말이 전부이기도 하여서 멀거니 내 아래에다 인사만 합니다 기차 밖으로 번지는 유냔한 어둠이 마음에 닿으려 합니다 큰일입니다 소홀한 마음이 자꾸 닿으려 합니다 -이병률, 더보기 이병률, 금과 소금 금과 소금 저녁이 오면 어떻게 하나 아무것도 내어줄 게 없는데바람이라도 얹어서 오면 어쩌나 가혹함을 받아낼 재간이 없는데 사형장에는 다섯 개의 버튼이 있어서나를 비롯한 사형 집행관들은 자신이 누르는 버튼이사형에 관여한다는 죄의식을 줄이지누군가의 손끝에 의해죄가 앉은 의자는 밑으로 떨어지고누구는 마지막을 밧줄에 거는 거지 그러면 누가 금이고 누가 소금인가누군가의 죽음에 가담한다는 것 우리 중에 산을 품은 자 금일런가남의 가방에 뼈를 맡긴 자 소금일런가 그러나 사람이 되려고 몸부림친 한 시절 저녁은금과 소금이 넘치고 남을 텐가 금과 소금이라면 무엇에 걸 건가 나 겨우 죽어야 한다면내 죽음은 뜨거운 몸을 식혀 지뢰나 빼내려는 것이겠거니 그래서 마침내 떠나기로 한다면그러면 이 저녁에 금과 소금으로 오는 것들은 .. 더보기 이병률, 꽃제비 꽃제비 날은 흐립니다 간절했습니다 훌쩍 지나온 길입니다 큰 강을 건너려는데 붙잡습니다 다 건넜다고 생각했는데 강이 아니랍니다 건너지 않겠다는데 그래도 건너야 한답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이 모든 광채는 어제 같습니다 그래서 상관했습니다 작은 집도 안 바라며 제비꽃으로 양지 바른 곳에 무더기로 피거나 살 맞대고 따습게 생각이라도 하자는 것 누구는 누군가를 죽이려고도 하리라는 것과 증거조차 썩히려 할 거라는 것, 이 모두 환상방황입니다 이 캄캄한 얼음을 붙들고 나가지 않으며 그쯤으로 수평하겠습니다 참 아름다웠습니다 환상방황: 악천후로 산 속에 갇혀 한 지점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헤매는 행동장애. -이병률,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