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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이 나를 불러, 장석남


 

들판이 나를 불러

 

 

 

바람에 흔들리러 나온

들꽃들을 보겠네

들판이 나를 불러 그것들을 보여주네 갑자기 ,

노을을 헤쳐가는 새들

숨소리가 가까이 들리네 숨가쁨이 삶이 아니라면

들판 노을이 새들을 끌고 내려와 덮인들

아름답겠나

 

봄은

참았던 말들 데려다 어디서 어디까지 웅얼대는 걸까

울컥

떠오르는 송이가

세상 흔드는 보겠네

 

오래 있으면 뿌리가 아프고

어둠은 어느새 뿌리 근처에 내려와 속닥거리고

발소리 어둠에 뒹굴다 별이

되면 거기

뿌리가 하얗게 글썽임에 젖고 있네

살아 있는 것이 글썽임이 아니라면

하늘 별로 채워진들

아름답겠나 그렇게

들판은 나를 불러 들판이게 하고




-장석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