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잘 분'
손바닥만한 방(榜)이 또
그 집
쪽방, 쪽문 바깥쪽에 하얗게 나붙었다.
오늘 아침,
반쯤 떨어져 바람에
팔락,
팔락거리는 거 봤다.
그가 사람들과 헤어져 밤늦게 돌아온 방이다.
문을 따니 방금 누가 문 따준 방이다.
불을 켜니 방금 누가 불 켠 방이다. 방금 누가 환하게 느낀 방,
입이 잔뜩 나온 불행이 주리를 트는 방이다. 불을 끄니
방금 누가 불끈 방이다. 방금 누가 깜깜하게 느낀 방,
돌아누우니 누가 또 돌아눕는 방이다.
마음과 몸이
돌아 돌아눕는 방.
자전(自轉), 자전,
날개를 얻었을까 몰아치는 한파,
인파 속에서 자꾸
팔락,
팔락거린다. 청산 자러 가는
저, 익명의 겨울
나비.
-문인수
'멜뀌아데스의 창고 > 사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승자, 어떤 한 스님이 (0) | 2014.12.04 |
---|---|
신대철, 다시 무인도를 위하여 (0) | 2014.12.03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0) | 2014.12.01 |
강은교, 물길의 소리 (0) | 2014.11.27 |
최승호, 대설주의보 (0) | 2014.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