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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오늘까지


코엑스 코르다전 매표소 앞에서 남는 초대권 한 장을 팔려고 앉아있었다. 전시 끝나기 2시간 전이었다. 동행인 두 청년에게 표를 팔기 위해 다가가 반값을 불렀다. 매표소 아저씨에게 혼이 났다. 그냥 표를 청년들에게 주고 전시회를 돌아다니는 내내 그 청년들과 마주치지 않으려 나도 모르게 실실 피해다녔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을 타고 합정역에서 내렸다. 마의 합정역에서 나는 또 반대편 버스정류장으로 가 버스를 탔다. 버스 다음정류장은 선유도공원이다. 자정이 가까워올 무렵 양화대교 한복판 선유도공원에 내리자 건너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 공원 내부로 들어가 돌면 길을 건널 수 있어서 가드레일을 넘었다. 가다보니 또 길이 막혀있고 철조망까지 쳐져 어디로도 틈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돌아가려는 찰나 내 그림자가 보였다. 그 공원에 나 혼자 밤 12시 다 돼 갇혀있다는 생각이 들자 비명이 나왔다. 소리소리 지르며 달려 다시 가드레일을 넘었다. 집으로 돌고돌아가는 막차를 탔다.

남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는 어제 밤 내일은 꼭 사랑에 빠질 사람을 만나겠다고 되뇌었다.

면접을 보고 종각에서 내려 남는 시간에 롯데리아 런치로 유러피안 머시기를 먹었다. 내 앞에 여자 둘도 나처럼 앉아있었다. 그들을 보다 어떤 이가 세상에 없다는 것이 무엇인지 사고처럼 깨달았다. 포테이토를 그만 먹고 콜라를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쓰레기를 버렸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 종로에서 동대문으로 가는 길이 막혔다. 기사아저씨 바로 뒷자리에 앉아있었다. 종로4가를 지나 광장시장의 순이네 빈대떡집을 지나면서 였나 나는 울음을 시늉하듯 울었다.


두번째 면접을 보고 광화문역에서 내려 지하조성도를 보고 서있었다. 어디로 가야 종로인가 싶어서였다. 할아버지가 어딜 가려고 지도를 그렇게 보냐고  교보문고는 여기로 가면 된다고 했다. 나는 종로라고 대답했다. 할아버지는 여기로 가면 교보문고라며 전공이 뭔지, 졸업한 지 얼마나 됐는지, 몇 년 공부를 했는지, 이름이 무언지 물었다. 대답을 안 하려는데 자꾸 물어 나중에 교보문고에 사진이 크게 실리면 그것을 보면 알게 될 거라고 했다. 대부분 거짓과 진실 사이의 대답을 했다. 이름은 장난으로 지었던 가명을 댔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이름을 핸드폰을 꺼내 밝히고 모바일 번호도 알자고 했다. 나는 부담스러워 싫다고 했다. 사인을 받으러 오려 한다고 해서 다시 사진 걸리면 오시라고 했는다. 할아버지는 가는 내내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 직장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거짓과 진실 사이의 대답을 하던 도중 할아버지는 르메이에르 지하 2층에 기증책이 있는데 거기 가보자고 했다. 거기에는 pd하는 사람들도 너덜너덜한 책을 사고 있다고 했다. 나는 지금 약속이 있어 갈 수 없다고 했지만 이 역시 거짓과 진실 사이였다. 할아버지는 꼭 거기 들러보라며 악수를 하자고 했다. 악수를 하며 그의 얼굴을 보고 그가 누구인가 생각했으나 알 수 없었다.  



종로 반디앤루니스에서 체게바라 자서전을 봤다. 이력을 보고 그의 글을 두, 세 편 읽고 졸다가 꿈까지 꿨다. 여기가 어디인가 일어났다. 다시 잠이 들 무렵 친구가 왔다.


소심한 나쁜짓만 하고 증거물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해보는 나쁜 짓이다. 두 계절만인가 세 계절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