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처음으로 편한 곳이었을 이 집에서 밀은 한동안 내가 아무리 늦잠을 자도 침대를 떠나지 않고 나를 기다렸다. 그러니까 나는 엄마 같은 그런 존재였나보다. 물론 지금은 쩝 난 확실히 밀의 집사다. (삐지면 싱크대 아래 가 숨고 자기 털 그루밍 중에 내 손이 닿았다고 깨무니;;;)
놀이터에 버려진 채 영양실조로 쓰러진 1kg도 안 되는 자그마한 생명체를 아이들이 줍고 병원에 맡겨 몇 번의 우연과 행운이 겹쳐져 함께 살게 된 밀.
밀은 가끔 내가 세상살이에 지쳐 씻지도 않고 잠들려하면 이마나 볼을 핥아준다.
괜찮아 괜찮아
밀은 말을 하지는 않지만
이런 말을 듣는 기분이다.
병원에서 밀의 눈의 상처는 사람이 고의적으로 냈을 가능성이 높단 얘기를 들었다.
가끔 밀을 밖에 데려가면 무섭다고 말하는 이에게 말해주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게 말하는 당신이 아마 더 무서운 생명체일 거예요 아마도.
밀은 겁이 많긴 하지만
밀은 상처입고도
고르릉송을 참 잘 부른다.
외모란 게 장애란 게
첨엔 어마무시한 듯한 편견의 벽을 만들지만
시간의 벽 앞에서
그게 얼마나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지를
내게 몸소 깨우쳐준 나의 고양이 밀.
밀 밀 밀
하면 뒤는 안 돌아봐도 귀는 쫑긋쫑긋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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