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양계
고향에 돌아가 말없이 짐승을 치며 사는
눈과 손이 커다란 친구
큰 손을 들어 우리들을 모으고
흩어지게 하면서 그가 서울에서
매맞으며 기다렸던 것은 무엇일까
그가 치는 짐승들이 보고 싶어
밤차를 타고 이른 새벽 그의 집에 이르렀다
사방은 고요했고 산풀 냄새가 났다
돼지우리를 지나 납작하게 엎드린 닭장을 열었을 때
닭들은 일제히 움츠렸던 목을 뽑아
내 눈을 쏘아보았다
손을 뻗어 그중 한 마리의 목을 비틀었더니
또 한 마리 또 한 마리 또 한 마리의 닭들이
차례로 내 손을 향해 목을 내밀었다
목을 비틀리면서 닭들은
눈부신 새하얀 알들을 토했다
목이 떨어지고 난 뒤에도 닭들은
뒤우뚱거리며 서로의 날개를 찾아 모여들었다
닭장 안의 닭이란 닭의 목을 모조리 비틀고 났을 때
누가 가만히 내 등을 두드렸다
얼굴이 커다랗게 큰 친구가 웃고 있었다
-이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