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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뀌아데스의 창고/사이

김행숙, 찢어지는 마음

찢어지는 마음 

 


 

가장 뜨거운 바닥에 누운 것처럼 

더 이상 같은 자세는 불가능해. 가능한 것들을 열거해줘요. 높은 음, 높은 음, 아름다운 멜로디에 실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음표들처럼. 날아가는 풍선, 풍선들처럼.  

신발가게에 엎드려 있는 신발들처럼.  

어쩜 그렇게도 많은 신발들이 필요하지도 모르겠네. 나의 여행은.  

발의 크기와 어둠의 크기를 재어볼까. 어둠을 쾅 누르고 서서.  

가여운 사람.  

손목이나 발목 같은 곳에 눈길이 닿으면 우리의 맘은 왜 약해질까요. 너무 가여워서. 

나는 울면서 뚝, 부러지고 말겠지. "왜 그랬어?" "떨어지는, 이어서 떨어지는, 동시에 떨어지는 빗방울들, 죄다 깨졌어요." 그건 당연하잖아. 

"당신이 메스를 든 외과의였다면 난 벌써 죽었다구." 상담소에서 고래고래 환불소동을 벌일 때,  

전부 돌려줘요. 

무엇을? 

마음과 몸이 같이 놀 때, 마음과 몸이 따로 놀 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하여. 

허공에도 계급이 있나요. 허공에도 여러가지 자세가 있나요. 야수파. 클래식. 자연주의. 센티멘털. 귀여운 여인. 

로코코. 로코코. 점점 가늘어지는 손가락. 울부짖는 여인들. 격조. 격정. 파산. 궁핍한 생활. 전원생활. 졸음.  

기타 등등 날아가는 풍선들처럼, 보이지 않는. 

허공에서 터지는. 

오, 가여운 사람. 오 마이 베이비, 베이비, 당장 달려가겠어요. 



-김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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