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 시절 창고의 '강릉으로 가는 차표 한 장을 살게'라는 노래를 좋아했다.
갈 수는 없지만 다 버리고 떠나고 싶은 마음으로 한장 한장 차표를 사모은다는 내용의 노래다.
심지어 잡지 에디터 시절에는 이 노래의 제목을 강릉 부연동에 다녀온 뒤 제목으로 넣기 까지 했다.
이제 생각해보면, 그런, 어른이 된 삶 같은 것을 막연하게 동경했던 것 같다. 서울 도시인의 삶 같은 것이 묻어나는.
그때는 강릉이란 도시에 가본 적도 없었다.
지금 나는 그때 그리던만큼 어른의 나이를 먹었다.
그리고 강릉은 그만큼 가까운 곳이 되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면 1만5천원에 표를 살 수 있고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버스가 달리는 2시간 반 정도 동안 잠이 들었다 깨면 강릉에 가있게 된다.
작년에는 강릉에 네 번 정도 갔다.
매번 강릉에서는 안프로하우스에서 묵고 있다.
만화가이기도 한 성희언니가 함께 꾸몄다는 게스트하우스는 순긋해변 바로 앞에 있다.
거기서 파도를 바라본 적도 여러 번, 와 파도란 대단하구나 깨우친 것도 이 해변에서 였다.
그만큼 시간이 넉넉해지던 곳인 셈이다.
어떤 날은 지인과, 어떤 날은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 안프로님이 소개해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여행자인지 게스트인지 나인지 모를 것이 되면서도 늘 편안했던 곳
어떤 곳은 물건 하나 음식 하나에도 사람의 숨결이 불어넣어져 그 결이 따스하고 아름답고 정겹고 그러면서도 너무 자연스러워 그 공간에 포옥 모든 것이 잘 안겨있는데
안프로하우스도 그런 곳이다
(제주도에서 갔던 게스트하우스 말도 마찬가지다. 이곳에 대해서도 언젠가 써봐야지.)
올해는 해돋이까지 강릉 순긋해변에서 보았다.
해가 뜨는 게 보인다며 게스트들과 다 같이 난로 곁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다 해가 뜨자 우리는 모두 뛰쳐나갔다.
경포대부터 순긋해변까지 약 1KM 넘는 거리를 사람들이
SF영화 속에서처럼 주르르 한곳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난생 처음 정초 해돋이였던 것 같다.
우리는 바닷가를 걸었고
파도는 역시
해가 뜰 때도 쉬지 않고 철썩이며
자연의 신비와 우주의 힘과 살아있음에 대해 읊조렸고
성희언니는 매일 기대하며 살라고 말해줬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매일 하루하루 눈을 뜨며 조금 두려웠던 것 같다.
겁이 많아서이기도 하고 습관이기도 한데…
매일 좋은 일이 일어난다!!!
기대하고 살면 좋은 기운이 와준다고 했다.
생각하면 좋은 기운도 반기고 기다리는 사람에게 가고 싶은 게 당연하니까.
야호 하며 좋은 기운이 오면 꼭 안아주고 반겨주고 토닥여주고 잘 왔어 잘 지내자 말해줘야지
올해는 365일 동안
"와 오늘 또 무슨 즐거운 일이 생길까"
생각을 하며 눈을 뜨기로 했다.
(안프로하우스에서 알게 된 강릉 맛집 포스팅도 절찬 준비중)
안프로하우스
강릉시 안현동 254-8
1박 2만원(성수기 2만오천원)
반려동물 동반 가능
P.S.
지금은 안프로하우스의 파니가 집을 나갔다 한다.
순긋해변이 아니라 안프로님 본가 근처에서 나갔다하니...
혹시 이 고양이를 강릉 어귀에서 보시면 연락주세요.
당장 데리러 갑니다.
(1살 된 수컷 중성화하지 않은 고양이로 몹시 용맹, 덩치가 크며 사람을 무지 잘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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