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멜뀌아데스의 창고/사이

겨울날, 장석남

 

겨울날

 

 

 

1

 

살구나무에 잎이 졌으니 앞에 소리 내어 울던 빗발들 어쩌나 그래서 눈이 되어 오나?

진눈깨비 되어 오나?

살구나무 가지의 촘촘한 고독 사이를 눈은 빠져 내려서

지난 해의 빗소리 같은 것도

덮고 있는데

 

잊고 지낸 잿날 같이

설운

하루 한낮

 

 

2

 

풍경 소리가 나와 친해지더니 이제는

새벽녘만 되면 아예 장단을 친다.

그것은 혼자 치는 아니고

동무들까지 불러다가

주고받는 장단을 친다

새벽별에선지 城에서인지

불러다가 장난을 친다

 

당신 영혼의 샅의 따스함을 어디에 꼭꼭 지니려함을

알고나 있었는지

 

 

3

 

애인의 눈동자 깊이

구덩이를 파고 자기 심장의 종소리들을 묻어본 적이 있으신지요?

 



-장석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