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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뀌아데스의 창고/도서

반고흐

이제 막 고흐가 귀를 자르고 병원에 들어간 뒤 사이프러스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갔던 많은 전시회 중 유일하게 화가가 누군지 몰라도 사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림이 사이프러스가 있는 풍경이었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 대한 부채감, 자신의 신념을 밀어부쳐 증명해보이기 위한 애타는 몸부림으로 미쳐간다. 그 편지를 읽고 있으면 그의 절박함, 이를 감추기 위한 몸부림이 눈물겨워 100년 전 이 사람땜에 맘이 아프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가 증명해보이려한 것이 한 목숨을 앗아갔으나 진실이란 것. 그가 그림을 못 그리게 만든 그 시점에서야 그 진실이 자다 깬 듯 눈을 뜬다는 것.
고딩때 <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란 무라카미 오라버니 소설을 읽었다. 내가 인생에서 읽은 가장 야한 책을 물으면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얘기하곤 한다. 섭 시간에 몰래 읽으며 나 이거 걸리면 맞아 죽을 수 있겠단 생각도 했던, SM이란 단어를 처음 알게해준 이 소설. 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이 소설엔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좀 그 연관성을 알 것도 같다. 생과 그 사이에 밀당이 얼마나 극심했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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