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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한 마음/방랑자

가을 흡입 산보 ; 안산 가는 길

 

 

 

 

집 부근에 산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면서도 사실 1km 부근에 있는 높이 295m 안산 정상에 올라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시즈카 신이치의 만화 <산>에 자극받아서. 그러나 때로 메타세콰이어숲까지는 매일 오르기도 했고 친구들을 불러 봄, 여름 계절 즐기로 찾아가기도 했다. 정상 말고 언저리만. 안산으로 가는 코스는 여러 곳이 있지만 서대문구청 쪽에서밖에 올라본 적이 없다. 이번에도 서대문구청 부근의 홍제천을 지나면 물레방아와 인공폭포로 숲 출발 지점을 꾸며놓은 곳에서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예전엔 흙길이던 곳을 데크 계단을 깔아 정비해 길은 깔끔하다. 서대문구청 옆길 아스팔트 도로를 출발 지점으로 택할 경우 약간 더 경사가 지지만 단번에 안산자락길로 들어갈 수 있는 데 반해 이 홍제천 길은 좀 더 정돈된 인공미를 자랑한다. 각종 허브를 심어둬 사람의 손길이 닿은 화려한 숲. 사람이 만든 숲인 셈이다. 봄에는 벚꽃길이 화려한,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김하늘과 장동건이 뽀뽀를 한 숲속쉼터 부근을 지나 수련관 쪽으로 더 올라가면 드디어 본격적인 안산자락길 진입로. 이 길은 참 계절별로 아름답다. 여기까진 정말 자주 가는데, 봄, 여름, 가을, 겨울, 비오는 날, 맑은 날 별로 표정이 제각각이다. 산이 그렇듯.

지금 이 길은 낙엽이 만발했고 눈위로는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나무들이 제각각 빛을 내는 중.  

 

 

 

 

 

 

안산자락길 진입로의 발 아래

 

 

정면

 

바로 위

 

 

 

안산자락길 진입로의 정자가 있는 데서부터 숲 쪽으로 계단을 오르면 곧 메타세콰이어 쉼터를 만나게 된다. 약 200m 정도 오르면 된다. 사람들이 늘 묻곤 하는 것. "메타세콰이어숲은 어디 있어요?" 길에 대한 표현은 참 어려워 헤매게 된다만, 정말 가까이 이 메타세콰이어 쉼터가 있다. 친절하게 벤치가 놓여 있고 그 벤치에 누워 메타세콰이어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면 두근두근대며 세상 일이 다 별 게 아니게 된다. 아주 기분 좋게. 하지만 오늘은 정상을 향하므로 잠깐 누웠다가 다시 직진!!!

가을이 온 산은 위 아래로 붉다. 어쩜 이렇게 곱지 신기할 뿐이 그 붉음 속을 걷다 보면, 어느새 잣나무숲이며 자작나무숲이 가지런히 펼쳐진다. 굳이 자작나무 숲으로 인제 원대리까지 안 가도 된다. 눈이 올 때 이 자작나무 숲으로 오기로 결심. 숨이 막힐 만큼은 아니지만 사진 찍기 딱 좋을 정도로 자작나무가 심어져 있다. 신비의 기운을 내뿜으며. 

그리고 여기서 얼마 걷지 않으면 곧 무악정 도착!!! 무악정은 단풍이 절정을 이룬 나무들이 숨막히게 붉고, 날은 쾌청해 말그대로 거기 누워 계속 있고 싶을 지경. 하지만 운동하시는 분들이 많으므로 약간 시끄럽다. 주말에는. 여기까지 걷는 데 빨리 걸으면 아마 30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초반 진입로부터. 그정도로 길도 간단해 등산화는 커녕 운동화가 아니어도 전혀 무리가 없는 눈이 즐거운 산보길이 이어진다. 가을을 즐기고 싶다면 누구든지 여기오라고 얘기하고 싶을 정도로.  

 

 

 

 

 

 

 

 

 

 

무악정 부근의 단풍들

 

무악정 운동기구에 누워 바라본 하늘 1

 

무악정 운동 기구에 누워 바라본 하늘 2

 

 

무악정에서 봉수대로 오르는 구간은 짧지만 이 산에서 가장 험한 구간이 아닐까 싶다. 운동화가 아니면 약간 무리대쇼라는 느낌이 들 정도. 특히 내려올 때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고소공포증의 영향이 있어서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사람마다 다를 듯. 안산의 정상인 봉수대는 예전에 봉화 올리던 곳 같은데(사실 확인은 안 했다만 예전에 안내판 어디선가 그렇게 읽은 듯) 거기 오르면 정말 인왕산의 성곽길이며 북한산이 한눈에 보인다. 장난감 같은 서울 도심의 아파트도. 그러니까 그렇게 많은 아파트 중 왜 내 집은 없을까 하는 생각 조금, 저 장난감 같은 데서 아옹다옹 살며 마음은 왜 그리 쓰잘 데 없는 데 기울었나 하는 생각 조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서있다 아래쪽에서 암벽 타고 오르는 사람들 보고 와 저들이야말로 클라이머인가... 하다 계속 보고 있으니 머리가 아파 셀카봉 사이를 헤집고 나와 다시 다른 루트를 선택하기 위해 무악정으로 내려왔다. 독립문쪽 코스도 있는 듯 하나 원점 회귀를 해야해 그쪽은 다음 기회에!!! 하고.

무악정에서 안산 자락길 루트로 가려고 했지만 설명 같은 것은 없다. 길은 여러 갈래인데 지도를 봐도 도통 알 수 없다. 결국 올라오는 분들께 물어봐 길을 택하니 (안산 여러 루트를 다 돌고 이것을 지도로 만들면 재밌겠다!) 약간 내려가자 곧 데크로 이어진 안산자락길... 하지만 데크길을 확실히 산길보다 재미가 덜하다. 무언가 영화 감상하는 느낌이랄까, 와닿지 않고 그저 와와와 하다가 지나가버리는... 그래도 휠체어, 유모차 등을 밀고도 오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 산은 누구나 느끼면 좋으니까... (내가 이러는 이유는 그놈의 만화책 때문이다만) 진짜로 그렇다. 산은 누구나 오르면 좋겠다. 데크길은 감동이 덜해 전혀 찍지 않고

마지막으로 산에서 크림단팥빵 먹으며 하루 산행 마무으리!

 

 

 

 

 

봉수대에서 바라본 인왕산, 북한산, 서울의 도심

 

내려오는 길에 마주친 인상파 화가의 그림 같은 숲

 

 

크림단팥빵 사진은 쬐끔하게

 

 

 

 

 

 

 

 

 

 

거리 : 내려오는 길에 길을 약간 돌아 약 6km 정도

시간 : 약 3시간 소요

풍경 날짜 : 2014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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