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거래>는 비극이다. <부당거래>에서는 단 한 명도 잘 된 인간이 없다. 부당한 거래를 했으니 잘못 되는 게 당연할 테지만, 영화 속에 나오는 인물은 죽거나 사회적 질시(주 검사)의 대상이 된다. 그런 면에서는 참 정직한 영화다.
자기가 딱 이 세상만큼 저렴하다는 것을 알면 된다. 그러나 대부분 나는 조금은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나도 마찬가지다. 어서 깨어나야지.) 오래 전 그런 인물이 있었다. 오이디푸스란 신화 속 등장인물은 소포클레스에 의해 전설로 남는다. 소포클레스의 극작술 덕분이었다. 소포클레스는 최대한 플롯을 조밀하게 짜 주인공의 숨통을 막히게 한다.
최 형사는 오이디푸스와 같은 하마르티아(hamartia-성격적 결함)인 히브리스(hybris-오만)를 지니고 있다. 이런 류의 비극의 주인공들의 최대 착각은 자신이 같은 종이란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자신만은 다르리라는 생각 속에 고귀함을 믿으며 심지어 다른 인물들을 하대한다는 것이다. 그의 안에 현명함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어차피 인간의 현명함인 것을 알지 못하고 자신의 부족으로부터 눈을 돌리고 마는 것. 전체 사건의 실마리를 그가 쥐고 있지 않다는 점도 오이디푸스와 비슷하다. 오이디푸스에서는 신탁이 문제라면 <부당거래>에서는 현실과 권력이 문제다.
최 형사(황정민)는 그가 만나는 대부분의 인물들을 하대한다. 자신은 깨끗하나 부하 직원의 실수로, 매제의 탐욕 때문에 그는 덫에 걸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가 다른 인물들을 대하는 태도(주 검사, 장 사장 등)를 보면 그는 천상천하유아독존이 약간 지나친 타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타인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에 그는 결혼하지 못하고 혼자 지낸다.(동생이 그를 나무래는 씬이 나온다.) 더러운 세상에 정의의 인물로 남고 싶었던 그의 욕망은 차츰 깎여져 내려간다. 처음에는 그저 죄 있는 놈에게 죄 하나 뒤집어씌우는 것처럼 보였으나(그 순간 도가 지나치다) 점점 그의 죄과는 더해간다. 늘 그런 거래를 해오던 장 사장은 그를 볼모로 잡으려하고 주 검사는 주 검사대로 최 형사의 뒤를 캔다. 벗어나려 할수록 옭아매며. 여러 명 얽히며 이 부분은 사건을 잘 짰다. 장 사장, 유 사장 등 뒷돈 대는 관계들을 연루시키며.
영화에는 범인의 저능한 아내와 아이에게 돈을 주는 장면이 두 번 나온다. 장 사장의 부하가 1억을 다시 받고 줄 때와 최 형사가 국가수에서 나와 시체 대신 줄 때다. 과연 누가 더 나쁜 놈이냐는 질문 혹은 결국 똑같은 놈들이란 시선이 들어있다. 최 형사가 그렇지 않다고 믿고 싶어할수록 그는 더욱 더 나쁜 놈이 되어간다. 자기가 아끼는 동생을 실수로 죽이고 그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기까지 한다.
결국 그는 자신이 가장 아낀다고 믿었던 이들에게 죽음을 당한다. 넌 나쁜 새끼야란 말을 들으며.
영화는 대한민국을 위쪽에서 내리까는 시선으로 보여주며 끝난다.(여기에 대해 무슨 영화 용어가 있는 것 같은데 모르겠다.) 영화는 어느 정도는 사회풍자적으로 한국사회의 심장부에 꽂힌 칼날을 들쑤시는가하면 인간 본령에 내재한 저렴함으로부터 파생하는 어두침침한 현실까지 잘 다룬다. 연기도 다 잘한다.
며칠 전 정신분석 선생님께 들은 명언이 떠오른다.
"인간이 동물인 것을 거부하면 신경증이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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