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수 선생님께서 정신분석 수업 시간에 말씀하셨다. 애도와 멜랑콜리에 대한 수업이었다.
그 문장이 자꾸 맴돌아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꿈이고 기적이다. 아무도 처음 본 여자를 사랑한다고 레스토랑에 드러눕는 이를 위해 함께 드러누워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게 사랑이고 배움인지도 모르겠다.
미래 은행의 컨설턴팅 비슷한 업무를 담당하는 해리에게 나타난 다운증후군 조지스. 조지스에게 환상과 현실은 때로 결합한다. 그는 이기적이지만 동시에 아름다운 마음도 가지고 있다. 자기가 갖지 못한 것 때문에 뒹굴고 울기도 하지만 때로 아름답기도 하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
그에게 존재하는 환상(어머니에 대한 환상이나 가수에 대한 환상)이 그를 이끈다.
조지스를 보고 해리는 배운다. 자신 속에 억압된 것. 원하는 것을 원한다 하지 못하고 자신이 맞춰놓은 일률적인 시스템 속에 통제하는 것이 스스로를 얼마나 옭아매는지. 그는 점차 원하는 대로 행동한다.
왜 바보처럼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못할까? 결국 우리가 늘 보지 못하는 것은 우리이므로.
조지스를 보며 나도 처음인 것처럼 살고 싶었다. 사실 매일 처음을 살고 있는데도 왜 처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그게 더 어이가 없지만. 관습, 규제, 학습에 대한 매너리즘 등등으로 인해 너무 많이 잃고 있는 게 아닌가.
영화를 구조적으로 보자면 성장담에 가깝다. 우리는 누구를 만나야만 배우고 깨닫는다. 그것이 자신과 다를 때(해리는 유사점은 잘 보이지 않지만 다른 점은 잘 보인다고 대사를 읊기도 한다.) 배움은 더 크다. 해리는 성장하나 조지스가 살 곳은 보이지 않는다. 현실이 그러므로.
영화는 꿈이고 기적이기에 제 8요일이 있어 그들이 세상에 태어난 데도 다 이유가 있으리라 말한다. 누군가를 더 크게 하고 누군가 껴안을 틈을 주기 위해. 우리가 아이였던 무렵을, 아니 우리 속에 잠자는 아이를 들여다보게 하기 위해. 또한 우리가 실은 진짜 바보임을 일깨워주기 위해.
"당신의 눈에 조지스가 보이네요."
좋은 대사다.
( 201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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