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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뀌아데스의 창고/공연

벙커 트릴로지 - 모르가나, 맥베스, 아가멤논 by Jethro Compton Ltd.


 

 


우리는 같지만 다른 벙커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속에서 비슷하지만 다른 경험을 반복한다.

마치 데자뷰처럼, 언젠가 듯한 환영인 이야기들

(예술이 결국은 환상성을 품을 수밖에 없다는 면과도 맞닿는다)

연극은 중첩돼 각인될 것이다.

 




나는 모르가나, 멕베스, 아가멤논 순으로 보았다.

같은 무대, 같은 배우, 같은 연출이라는 것은 번째 작품인 맥베스를 보며 알았을 정도로 사전 정보는 거의 없는 상태였다.

원래 소극장 연극을 좋아해서기도 할 테지만 

작품의 우수함, 특수한 분위기 등으로 인해

스파프(서울국제공연예술제) 2014 중 이  작품이 가장 좋았다.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를 낳는 연극이었다.

관객이 된 나는 이 벙커 안에서 또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어떤 연출을 할까

모르가나 이외에 맥베스, 아가멤논은 이미 고전으로 유명한 작품이기에

스토리라인에 대해 알고 있지만

과연 연출과 배우들이 작품을 어떻게

라는 궁금증이 후끈 달아올랐다!

특히

맥베스를 이후부터

아가멤논에 대한 기대는 더 극심해졌고

대만족이었다.

딸을 죽인 데 대한 복수로 남편을 죽이는 아내의 이야기를

딸과 아내를 두고 온 전쟁 병사의 죄책감으로

치환해낸 현대적 설정에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작품의 공통점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가장 중심에 배치했다는

벙커라는 공간 설정은 그래서 가능하다.

맥베스, 아가멤논은 연출가가 전쟁 상황으로 다시 작품을 세팅하고 재해석한 것이다.

모르가나 역시 아서왕의 전설을 차용해왔다는 점에서 고전을 적극 활용했다는 것이

작품의 다른 공통점이라 수도 있겠다.

 

작품은 모두 전쟁의 특수상황 속에서

'기억'이라는 인간의 작용거기 지배당한 인간들을 보여준다.

전체 등장인물은 4.

 

 

여자와 어린시절의 추억에 지배당한 남자들 모르가나

마녀에게 기억을 저당잡힌 맥베스

참전을 선택하며 아내에 대한 죄책감에 사로잡힌 아가멤논

을 배우 4명이 해낸다.

 

기억이 순차적이지 않듯

속에서 시간은 주관적으로 뒤얽힌다.

 

파도소리, 포탄소리 분위기는 환기되고

장소와 시간은 이동한다.

심지어 4명의 배우가 전체 등장인물을 맡으므로 역할 변신도 해낸다.

연극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연극적인 모험을 감행하는

'벙커 트릴로지' 매력이다.

 

맥베스 역을 맡은 도넬리의 연기력

연출이자 배우인 제스로 컴튼

보는 것도 재미있다.

 

2010 우연히 보게 이비차 불랸의 맥베스가 충격 - 무대에서 관객을 완전히 사로잡는 맥베스, 레이디 맥베스의 배우의 연기력, 연출력-과는 다르게

맥베스라는 작품의 섹시함을 볼 수 있었던 연극이었으며

전 작품 모두

연극 자체의 매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2014 작품, 제스로 컴튼 극단(Jethro Compton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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