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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뀌아데스의 창고/공연

햄릿, 오스터마이어 연출





 

지금까지 햄릿은 명이나 있었던 걸까

400 동안 전세계에 명의 햄릿이 있었는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햄릿은 각각의 시대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반항아였을 것이다. 그의 캐릭터가 안고 있는 의문들은 그를 새롭게 계속 태어나도록 해준다. 셰익스피어의 능력은 이런 있나 보다. 엄청난 우물 같은 캐릭터. 인간 속에 담긴 광기, 실은 누구나 가진 . 그래서 오히려 해석의 여지가 많다.

이번 햄릿은 록음악 속의 햄릿, 비디오카메라를 햄릿이다.

첫무대부터 심상치 않았다. 장례식 장면으로 시작했는데 호스로 물을 뿌린다. 우산을 그들. 우산을 망가뜨리는 햄릿.

거트루드는 옷을 입고 있다. 그녀는 흰옷으로 결혼식에 가고(대사에도 정확히 나온다. 장례식 뭐가 어쩌기 전에 결혼식을 한다는 대사, 어찌보면 원전을 가장 충실히 반영한 연출이기도 하다) 그녀가 오필리어도 된다. 거트루드일 때는 위기의 주부들에 나오는 헐리웃 스타 같고 오필리어 때는 갈색 머리의 여린 소녀가 된다. 사람 사람.

오스터마이어 인터뷰를 보니, 햄릿의 착시를 반영했다고 한다. 그의 의식의 착시.

햄릿은 미쳐간다. 그런데 실은 햄릿 아니라 극에서 미치지 않은 인간은 없다. 다들 미쳤다. 그게 바로 현실이긴 하지만. 형을 죽인 동생, 그와 결혼한 여자 등등 이미 완전히 미친 극중 상황. 그런데 그들의 계급이 왕족일 ?

셰익스피어의 천재성은 정치와 광기의 연결에 있다. 개야말로 뗄레야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며 사회를 형성한다. 사회적 분위기를 가공하고 인간의 광기를 보편화시킨다. 결국 극은 전쟁으로 끝난다.

 

게다가 연극적 현장감이 살아 있다. 그의 광기와 연결되는 비디오 촬영 기법 등등을 떠나 배우들의 연기가 죽인다. 극이 끝날 무렵, 나가려던 여자를 붙잡은 햄릿에 극장에 있던 사람들이 반했다.

록공연 같은 연극, 부패한 뚱땡이 미친놈 주제에 어머니를 도덕적으로 제단하는 왕자-내가 햄릿은 그렇다. 말하자면 타자를 자신의 심연 속으로 집어넣는 인간.

 

배우들이 대부분 1 다역을 하는데 대단히 효과적으로 연출했다.

 

 

햄릿의 마지막

남는 것은 침묵뿐.

The rest is si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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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극장에 먼저 가서 있다가

커다란 외국인을 보며

" 외국인은 간지가 나지?"

"몰라서 그래."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가 오스터마이어였다.

간지가 나는 외국인이라서가 아니라

인간적인 광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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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공연차 방한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요즘 사람들은 2차원 시대에 살고 있죠. 차를 타고 가면 유리창 때문에 모든 감각을 느끼지 못해요. 하지만 연극은 직접 감각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생명력이 있죠. 이것이 연극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실험극의 산실인 베를린 샤우뷔네 극장의 예술감독인 토마스 오스터마이어가 2010서울연극올림픽 참가차 방한해 29일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이날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파격적으로 재해석한 대표작 '햄릿'을 국내 관객에게 처음 선보인다.

오스터마이어는 '오셀로' 등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이면서 유럽 연극의 전통을 이어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영화나 TV에 밀려 연극 관객이 줄고있는 데 대해 연극계에 일침을 가하고 21세기 연극의 역할에 대해서도 나름의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공연이 갖는 의미는.

▲한국에서 세번째 공연인데 초청을 받아서 하는 이유도 있지만 이곳에서 공연하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 관객은 다른 나라에 비해 활기차고 반응이 좋다.

독일에서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갖고 가능하면 영향을 주려고 하는데 한국에서 일어나는 삶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는 없다.

--'햄릿'을 연출하게 된 계기는.

▲일생에 한번은 해야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공연으로 햄릿을 여러번 봤는데 연출가의 허영심이 반영돼 있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햄릿이 암흑과도 같이 부패한 사회에서 혼자만 똑똑하고 정의로운 사람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연출가가 자기자신을 반영하는 것이다. 햄릿은 이러한 허영심을 반영한 작품이 아니라 '우리는 모두 죽음을 맞는 존재'라는 현실 일깨우는 작품이다.

햄릿은 주변 사람들이 끊임없이 숨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인물인데 이번 무대에서 햄릿 역을 맡은 배우가 직접 캠코더로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려 한 것이다.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서 문제의식을 담아내려는 시도를 해왔는데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문제의식을 담아내지 않고 연극을 만드는 방법은 아예 모른다. (사회를) 관찰하는 데 진정성을 담아내려고 한다.

요즘 사람들은 연극이 복잡하고 지루하고 구식이라면서 공연장에 오지 않는다. 이것은 전적으로 연극인들의 잘못이다.

공연장 밖에서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잊었기 때문이다. 현실과 접촉하지 못하고 있다. (연극인들이) 좀더 열심히 관찰해야 한다.

--21세기는 이미지를 중시한 영상 매체가 부상하고 있는데 연극은 이것과 어떻게 차별화해야 할까.

▲이번 작품에서도 영상을 사용하는데 이는 비디오나 필름 같은 매체가 현대에 쓰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상에 길들여져 있는 젊은 세대를 극장으로 유인하려고 쓰는 것은 아니다.

연극은 생명력을 가진 예술 형태다. 순간을 경험하게 하는 찰나의 예술이다. 영화와 TV는 사전에 편집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안전한 예술이지만 연극은 순간마다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은 3차원을 경험하지 못한다. 차를 타고 가면 유리창에 가려져 공기의 냄새를 맡을 수 없고 건물 안에 있으면 바깥세상과 차단된다.

그러나 공연장에 오면 생생한 연기를 실제로 볼 수 있고 연결될 수 있다. 이것이 디지털화된 2차원 시대에서 연극이 갖는 가치다.

관객이 모든 감각을 실제로 느끼게 하는 것이 연극이 오늘날 해야할 일이다.

newgla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