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극은 처음 본 것 같다. 희곡도 아니고 연극을. 게다가 지인이 예매해둔 세번째 줄 정중앙에 앉아 보았다.
무엇보다 무대를 잘 꾸몄다. 원목을 닫으면 강가이고 열면 집이 되는 무대 미술이 대단히 좋다. 강이 됐을 때는 거울로 수면을 비춘다. 거기가 볼가강이다.
조연의 연기도 한 몫 한다. 장님 역을 하는 여자의 연기나 뚱뚱보 여자(이름?)의 연기가 일품이다. 주인공 여자가 죽은 뒤 그녀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릴 때 무언가 빵 터진다.
19세기 러시아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연상하게끔 하는 파티 장면.
사회의 엄격주의와 무질서가 청춘들이 감당하기엔 어려웠다는, 그 청춘의 열정이 사회에서 어떻게 좌절되는가를 다루고 있다 한다.
주인공 여자가 이 역할을 해낸다. 가정에 갇혀 본인의 의지는 점차 무력해질 때 만난 바람 상대 보리스는 풍선이 터지듯 그녀를 터뜨린다. 극의 뒷부분이 워낙 강렬하다보니 앞부분이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지경이다. 그 정도로 보리스와 카타리나가 만나는 장면이나 카타리나가 자신의 부정을 고백하는 장면이 세다. 절정으로 치닫는 힘이 좋다고 할 수 있다. 힘이 대단해서 연극을 보는 내내 긴장하고 집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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